지훈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어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뒤에서 찬이가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 이야기를, 찬이에게서 듣는 이야기를, 지훈은 가만히 들을 수가 없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로 지훈이 잊고 있는 모든 것들이 순영과 관련이 되는 것이라면……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을까. 지금 당장 순영을 보지 않으면...
“권순영, 네가 왜 여기에……” 지훈은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깊게 감았다 떴다. 순영이 아니라면 이런 감정이 들지도 않았을 텐데, 왜 순영이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왜, 지금이 꿈같지? 왜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거지? 지훈은 이상하다는 듯 순영을 바라보면서도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만 같았다. 갑작스럽게 드는 그...
「 부분 기억 상실증입니다. 」 「 …네? 」 순영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되물었다. 지금, 뭐라고요? 방금 들었던 대답이 아니길 바랐지만, 의사는 잔인했다. 순영에게 의사는, 너무나도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 「 사고의 충격으로 최근 가장 뇌리에 남는 기억만이 부분적으로 사라지는 일종의 증상일 수도 있고 진단일 수도 있죠. 뇌에 생긴 외상이,...
순영과 지훈 사이의 정적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지훈의 물음은 너무나도 뜬금이 없었으니까.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 혹은 왜 그런 질문을 하냐며 의문을 품을 수 있었다. 순영은 정확하게 후자였다. 갑작스러운 질문 어택이 너무나도 낯설었으니까. 그것도, 아는 사이냐는 질문에 순영은 당연하게도… “그걸 왜 물어 보는 거야?” “어, 어? 아니, 뭐, 그냥, 갑자기...
“하나, 둘, 셋, 위하여!” “위하여!” “으… 멘트 완전 세대 차이….” “본인은 10대인 줄 아나봐.” 지훈의 찝찝함이 사라지기도 채 전에 지훈은 만남을 가져야만 했다. 누구와의 만남이냐? 그것은 고등학교 때 동아리로 만났던 후배와 선배를 만나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만나기로 했던 모임이었기 때문에 안 갈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이 찝찝함을 계속 가지고 ...
“야, 전원우.” “어.” “너, 그… 거기 가볼 생각 없냐?” “거기? 거기가 어딘데?” “…….” “아, 설마.” “말하지 마. 말하지 마. 알겠으니까 말하지 마!” “지가 먼저 물어놓고는…….” 조별과제 무임승차를 완벽하게 막아주고 나서, 원우와의 하교가 아닌 순영과 하교를 했던 그 다음 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식사자리를 안내하고 대화를 이끌며 자연...
지훈은 생각했다. 반드시, 언젠가, 꼭, 원우에게 밥 쏘고 가라고 얘기할 거라고. 왜? 지훈은 이 불편한 자리를 만든 원우에게 탓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국 교수님한테 얘기 하고 점수를 높게 받아 갔었지.” “무임승차하는 애들 때문에 힘들었겠다.” 아까부터 밥을 먹으면서 하하호호 떠들고 있는 저 전원우, 권순영을 보아라. 안 그래도 밥이 없으...
‘보사드 법칙’이라는 것을 들어보았는가? 한동네에 사는 소꿉친구와 결혼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직접 연구하고 증명한 제임스 H. 보사드의 이름을 따서 만든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가까이 살면 살수록 결혼할 확률이 높아지고 멀리 떨어져 지낼수록 확률이 점점 내려간다는 법칙이다. 이러한 법칙이 있는 만큼,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라는 이름으로 함께 지...
지훈이 재학 중인 대학교는 전국에서 꽤 공부나 실기 좀 한다는 사람들이 입학하는 곳이다. 입학 조건이 까다롭기도 하지만 등록금이 저렴한 것에 비해 수업의 질이 좋아 학부모나 학생들이 꼭 가고 싶어 하는, 그런 꿈의 대학교. 그런 대학교를 지훈이 나온 진영고등학교에서는 본인을 포함한 단 두 사람만이 합격했다는 소문은 고등학교 재학 당시에도 들었던 사실이긴 했...
친구와 아기동자를 만나고 난 다음날, 지훈은 주변 사람들이 말을 걸 때마다 내내 경계했다. 혹시 너도 나 좋아하냐? 너도 나한테 고백할 거냐? 하는 눈빛으로 말을 거는 친구들을 밀쳐냈다. 그런 지훈을 보던 친구는 혀를 끌끌 찼지만 내심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그런 일들이 있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그게 사주팔자며 운명이라는 얘기를 들으니 지금 이 순간...
“형, 게이야?” “…뭐?” 그러니까 이 대화는, 정말 뜬금없겠지만 유능한 신이 내렸다며 몇날 며칠 줄을 서야만 볼 수 있는 어떤 아기 동자와 나누는 대화가 맞다. 유능하다며 친구인 원우가 하도 가보자고 얘기한 거지만, 뭐 솔직히 궁금하긴 했다. 그래서 오긴 했는데… 말이지. “갑자기 무슨…” “음기와 양기가 조화를 이룬 것이 가장 적절하나, 두 가지가 너...
“야.” “…….” “야, 권순영.” “…….” “순영아, 일어나 봐. 야.” 아니, 얘가 오늘은 왜 이렇게 다급하게 깨우는 거야. 평소에는 밤에 그렇게 운동 많이 하면 그냥 뻗어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애가……. 아니면 벌써 시간이 점심 시간이 지나 있는 건가? 내가 많이 잔 건가? 순영은 눈도 제대로 못 뜰 거 같은 피곤함에 잠을 계속 청하고 싶은데,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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